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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에어컨을 고수하는 프랑스의 속 사정을 알아보자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와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프랑스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선수촌에서 에어컨을 배제하고 자연통풍과 친환경 기술을 활용하기로 했는데요. 그러나 이 결정은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의 도시 파리에서 선수들의 건강과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는 낳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이러한 노력이 환경에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에어컨 설치를 왜 반대하는지, 그 배경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친환경, 저탄소 올림픽을 지향하는 파리, 실효성이 있을까?

    역사상 가장 친환경적 올림픽이 될 거라며 프랑스 측은 선수촌에 에어컨을 없애는 대신 직사광선을 피하고, 지하 냉각수를 활용해 건물 전체를 외부보다 6도 낮게 유지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습니다.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으로 선수들이 쓰러지고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선수와 관중을 위한 냉방 계획을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에어컨을 설치 안 한 이유로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기후 변화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과 운동선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이를 인지해야 합니다."라며 환경 친화적 메시지를 던졌는데요. 전기 사용량을 줄여서 그만큼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그럼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요?

     

    프랑스의 전기 생산 비율 (출처: SBS)

     

    실제로 프랑스는 전기 생산량 중 70% 이상 원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실제 선수촌에서 올림픽 기간 내 에어컨을 사용한다 가정했을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어느 정도 인지 계산을 해보았습니다.  

    올림픽 선수촌에서 올림픽 기간동안 에어컨을 가동할 시 생기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인천-뉴욕 비행기 이산화탄소 배출량 비교 (출처: SBS)

     

    선수촌 방 7천 개에 전부 에어컨을 달고, 하루 8시간씩 올림픽 기간인 17일간 내내 튼다고 가정했을 때, 이산화탄소가 10톤가량 나오는데, 이것은 승객 300명을 태운 여객기가 인천에서 뉴욕까지 편도로 비행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12분의 1 정도입니다.

     

    선수촌은 100% 재생 에너지로 운영된다고 설명하는 올림픽 운영 위원회 (출처: SBS)

     

    게다가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선수촌은 풍력과 태양광 같은 100% 재생 에너지로 운영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에어컨을 써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관한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애꿎은 선수들만 고생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입니다.

     

    올림픽에서 느끼는 세계의 빈부격차

    이미 지난 도쿄 올림픽 때에도 선수 100명 중 1명이 온열 관련 질환을 겪었습니다. 이번 파리 올림픽은 2021년 보다 더한 역사상 가장 더운 올림픽이 될 것이란 예측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영국, 독일, 중국, 호주 등 선진국들은 이번 파리 올림픽 'No 에어컨' 논란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선수들에게 이동형 에어컨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반면, 우간다와 같이 경제 기반이 열악한 후진국은 냉방 기기를 지원할 자금이 없다며 호소했습니다.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음으로 선수들 간 불평등한 대우에 대한 문제로 불거지고 있습니다. 에어컨을 설치할 여력이 없는 일부 가난한 나라 선수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게 되었고, 이는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시도하는 '저탄소 선수촌' 실험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번 결정으로 나라별 빈부 격차에 따라 경기 결과와 선수들의 건강에 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는 프랑스의 진짜 이유

    프랑스는 왜 'No 에어컨'을 고집하는 걸까요? 친환경 올림픽 개최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하지만, 이면에는 프랑스의 문화적 요인이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에어컨은 한국과 달리 여름 필수품이 아닙니다. 프랑스에서 에어컨은 사치품에 가깝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프랑스의 여름은 고온다습한 한국의 여름과 달리 습도가 낮은 건조한 더위라 그늘에만 들어가도 시원한 편입니다. 극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기간도 통상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하필이면 올림픽 기간..) 2~3주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러다 보니 굳이 에어컨을 사야 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심지어 선풍기조차 없는 가정들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수도 파리는 에어컨 실외기가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에어컨을 설치하려면 구청 허가를 받아야 하고, 실외기 소음 때문에 같은 건물 주민들 동의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에어컨 설치를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파리 도심의 상당수 건물은 오래전 지은 돌집이라 실내에 들어가면 덜 덥다는 점도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실제 프랑스에서 에어컨이 설치된 가정은 2020년 기준 17%밖에 안됩니다. 에어컨이 없는 건 지하철이나 버스 등 교통수단도 마찬가지입니다. 파리 지하철 17개 노선에서 에어컨이 설치된 곳은 단 5개 노선과 2개 노선 일부 전동차입니다. 전동차 비율로 보면 10대 중 4대만 에어컨이 설치돼 있습니다. 나머지는 강제 기계식 환기 장치가 장착돼 있거나, 지하철 창문을 열어 바람을 통하게 하는 자연 환기만 가능합니다. 

     

    우리 기준으로 당연히 있을 거로 생각하는 호텔, 은행, 일반 사무실에서도 파리 도심에서는 에어컨이 없는 경우가 상당수이다 보니 올림픽 선수촌에 에어컨이 없는 게 프랑스인들에게는 그리 놀랍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프랑스인들의 사정이고, 일단 선수들은 경기를 최상의 조건에서 할 수 있게 에어컨을 설치해 줬음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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